아침에 일어나 깨어가는 어둠을 볼라치면 베란다 한쪽에 안쓰고 쌓아둔 앰프들이 있고, 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게, 그리고 언젠가는 쓸 때가 있겠지 싶어 그냥 대문대문 사는 마누라마냥 바라보며, 저게 얼마짜리 였는데 하는 것보다는 전에 내가 들었던 거지 하는 정도의 눈길을 보냅니다.

새 기기가 들어오면 고만고만한 소리를 비교하고 나서는 뒤로 밀어 놓거나 나가는 것이, 나의 일상 중에 해 지고 바람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어쩌다 들르는 용산이나 새로 기기를 들였다는 지인의 소식 혹은 전시회의 문턱을 넘을때의 그 설레임, 그리고 청취 후의 실망감은 지리한 반복의 일상이 됩니다.

어찌어찌 좋다는 기기하나를 빌려 차에 실어 달려 올 때면 세상의 완성을 볼것만 같은데, 집에 와 들어보면 사소한 불만들이 밀려와 다시 도도한 마음으로 ‘별거 아니네~ 내것이 그리 못하지 않군’하는 위안감으로 전환되는 감정의 도돌이표가 반복되다보니 그까이꺼~ 대충살지 하며 무심한적 하다가도 누가 오디오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입술에 침을 바르며 뭐는 어떻고 어떻고 하고 싶어 근질근질해 집니다.

누구나 그럴지 모르겠지만... 항시 정리 해야지하면서도 잡지를 뒤적이다, 1년 전 즈음에 읽었던 해외 잡지의 글에서 왜 오디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란 글을 읽은 기억에, 내가 오디오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이유는 뭘까? 

음악이 좋아서?
아니면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라도 음악과 함께 할수 있어서 ?

그저 내 영혼이 오디오에 엮여 살아오는 동안 많은 시간을 투명도, 정위감, layer, 디테일, 중고역, 저역등 오디오적 수사에 빠져 살아 왔기때문이란 생각에, 저만치 밀어두었던 기기들을 보며 이제라도 각 오디오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재 발견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새로운 이론'에 '새로운 광고'에 '새로운 제품'에 코 꿰이지 않고 독야 청청 오디오를 즐겨 보는 방법이 될것이고, 불필요한 기기들을 피하는 방법인가 싶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오디오기기를 들였다 내보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세상에 완벽한 기기 없고 세상에 몹쓸 기기는 없다 “라고 말은 하지만, 브랜드에 따라 관심이 휩쓸리고, 선입관에 지레 내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저 그렇다고 뒤에 쌓아놓은 기기들을 들추어 내어 ‘과연 그 기기가 가지고 있던 능력을 찾아는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상 얘기하는 것처럼 ‘샵에서 권하는 대로, 스펙에 이끌려’ 고르지 않고, 선입관없이 기기의 장점을 하나하나 찾아보면 제작자가 생각하고 고민 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것외에도 더 많은 장점을 찾을 수 있을겁니다.

몇년 전 지인의 부탁으로 미국 오디오 전시회에 다니면서 나름 최고의 소리를 찾아 봤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낡은 기기들을 쳐박아 놓기전에
그때 그 스피커에 좀더 여유있는 출력의 앰프를 연결하였다면?
지금 쓰는 케이블들로 연결을 한다면?
지금 사용하는 소스들로 연결 하였다면?

그렇게 실망스럽게 기기들을 내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와 함께, 내 안에 갇혀있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다시 기기들을 맞이하여 울려본다면 또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무엇보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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