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말에 들어온 삼성의 하만카돈 인수소식은 여러가지 의미로 놀라웠습니다. 그 많은 회사중에 왜 하만카돈일까? 그리고 인수금액이 80억달러, 무려 9.3조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죠. 인수이유에 대해서는 바로 여러 전문가가 나와 해석을 해주었지만, 정작 오디오업계는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만카돈은 삼성이 핵심으로 생각하는 전장사업 외에 JBL/ Lexicon/ Mark Levinson/ Revel/ Infinity/ AKG 등 하이파이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어 판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하이파이 업계는 전장사업같은건 어떻게 되건 알바아니고,  내 밥그릇 어찌될지가 중요했던거죠. 당연한겁니다.

이제 2년여가 지난 2019년이 되다보니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장사업을 인수했던것은 단순히 기존 오디오나 인포메이션 시스템 시장진입 하려는게 아니라, 자율주행이나 5G같은 차세대 통신망을 연계한 사물인터넷에 대한 선점전략이 내재되어 있었고,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중저가 입문기기 즉, 가전시장에 경쟁력이 있었던 하만카돈 브랜드는 바로 삼성전자에 투입되었습니다. 문제는 하이파이 오디오.

사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은 삼성이 하기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너무 작습니다.(프로시장 별도) 각 사업부가 열심히 노력하여 한 백억쯤 수익이 난다하더라도 삼성의 기업규모를 감안하면 별 티가 안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일단 간을 보는 정도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프라자에 마크레빈슨 턴테이블을 디스플레이 한다던가, 몇몇 부스를 만들어 하이엔드관을 운영하는 식이죠.  하만카돈외에 아캄을 인수한걸 보면 어렴풋이 이 시장을 아는 사람이 있긴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딱 거기까지더군요. 또한 2년여가 지났다고는 하나 아직은 전장사업을 모두 흡수하기에도 바빠서 프로제품들은 비공식적으로는 타그룹 소속으로 알려진 회사가 계속 판매를 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당장 크게 신경 쓰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하이파이 시장은 좀 복잡합니다.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오라는 매우 범용적인 일반 가전시장이 존재하지만, 여기서 업그레이드 되는 상위 시장인 하이파이는 그에 따른 명품성향도 있으며 상당히 매니아틱한 부류도 많아, 빈티지에서부터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기기까지 제품라인도 극과 극을 달립니다. 따라서 섣불리 일반 오디오시장에 하이파이를 도입했다가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만 깎아먹고 죽도 밥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개인의 취향’이 지극히 인정받는 하이파이 세계에서도 사람들의 공감대라는 것이 형성되지 않으면 신규브랜드의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상호모순적 구조가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기도 합니다.

결국은 전장사업과 분리하여 하이파이 자체의 생존방향을 모색하거나 정 안되면 브랜드별 매각이 이루어 질 수 밖에는 없습니다. 삼성 정도의 거대 규모조직이 되다 보면 한번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이 높다보니 소형 회사에서는 큰 손실이 아닐 것이, 삼성에서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즉 초기 런칭에 구멍가게는 10억이면 될 것이 삼성은 2~300억 들어갈 수 있다는 거죠. 이는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규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이파이 업계에서 가장 흔한 것 중에 하나가 소위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경우입니다)

이 여러가지 브랜드를 통합하거나 아니 개별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데, 삼성 이외의 Fine Sound나 IAG를 봐도 통합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비싸게 주고 산 가치있는 브랜드를 망가뜨릴 사람은 없으니까요. 결국 각 브랜드는 독자적으로 유지될 수 밖에 없고, 유지 가능한 장점으로는 생산에 있어 연구인력이나 설비의 공유 및 대형화에 의한 시너지 정도이나 이렇게 했다가는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각 브랜드도 소유권은 한곳으로 하되, 모든 걸 독자적으로 운영하는게 낫다는 것으로 결국 크게 바뀔건 없다는 얘기죠.

지금 현상태로만 놓고보자면 보유보다는 매각의 효용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여러 조건을 조합해보면 하이파이 브랜드의 보유가 주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1~2년내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과거 삼성이 럭스만부터 시작해서 헤일즈+마드리갈 합작품인 엠퍼러시리즈를 출시한 경력도 있는걸 감안하면 꽤나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분야라서요. 하지만 사업은 사업이라서 이해득실에 따라 매우 냉정하게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이파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반드시 두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1. 있어야 할 곳에서
  2. 들을만한 사람에게 들려줄 것

범용오디오와 달리 하이파이는 ‘개성과 전문성’이 강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큰 브랜드인 삼성이라 할지라도 범용 가전과 같이 놓게되면 이 ‘개성과 전문성’이 묻혀버려 사라집니다. 그래서는 매력이 있을리가 없죠. 즉, 기존 가전과 분리해서 운영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명품을 강조하는 하이파계이다보니 ‘들을만한 사람’이란 표현이 좀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타겟마케팅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회자되는 디지털은 다 똑같다, 혹은 플라시보 효과지 무슨 차이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어떠한 차별화된 마케팅도 의미가 없습니다. 차이를 느끼는 최소한의 경험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재력, 무엇보다 하이파이라는 특성상 오디오 기기가 활약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가진 사람들의 취미니까요.

  • 하이파이에서 공간이란 단지 쾌적한 삶을 위한 여유로운 공간만이 아니라, 각 기기들이 만들어내는 고순도의 음질을 활짝 펼칠 수 있는 무대입니다. 그래서 기기보다 음향공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훨씬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하이파이에서 공간은 중요합니다.

우선적으로 하이파이 세계에 대해 더 잘아는 인사를 투입해서(겉으로만 아는, 소위 ‘사’자들이 판치는 업계니까 잘 골라서…) 소리부터 운용에 관한 그 미묘한 차이점을 파악하는게 급선무입니다. 그 후 하이파이에 대한 감각이 내재화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각 브랜드 운영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하이파이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선도적인 전략을 취하는게 바람직합니다. 하이파이 업계의 작은 시장으로 인해 소규모 기업들의 규모의 한계가 장점이 될 수 있었으나, 기기회사가 아닌 문화리더라면 삼성의 규모와 조직력은 대단한 강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 하만이 보유한 브랜드의 위력, 결코 작지 않기때문에 잘 갈고 닦으면 보검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단, 지금처럼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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